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운행 중인 배달로봇 ‘뉴비’가 횡단보도 앞 경사로에 멈춰 서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지난 6월부터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는 아주 특별한 직원을 만날 수 있다. 캠퍼스를 누비고 다니는 배달로봇 ‘뉴비’다.

“우와 저게 뭐야? 귀엽다!” “배달로봇이네! 우리도 시켜볼까?”

8월 말 건국대 캠퍼스를 찾은 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뉴비’를 향했다. 신기한 듯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뉴비’ 옆에 있는 현장요원에게 “어떻게 배달을 시킬 수 있나”, “어디까지 배달을 해주는 거냐”며 구체적인 이용방법을 묻는 이도 있었다. 인파에 치이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뉴비’가 지나갈 때마다 길을 비켜주는 모습이었다. 건널목에서 차가 올 땐 ‘뉴비’가 스스로 멈춰 섰다. 

‘뉴비’는 자율주행로봇 개발 기업 뉴빌리티가 제작한 ‘배달로봇’이다. 10월 3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수요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건국대에서 도심 로봇 배달 서비스 3차 실증 테스트를 진행한다. 

뉴빌리티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세븐일레븐 편의점과 손잡고 서울 서초구 방배1동 전역과 방배3·4동 일부 지역에서 실증 서비스를 해왔다. 2023년 들어 건국대 캠퍼스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장, 인근 식음료 매장 14곳에서 음식을 시킬 수 있다. 커피, 샌드위치, 샐러드 등 음료와 간편식은 물론 떡볶이, 마라탕, 돈가스 같은 식사류도 주문할 수 있다. 뉴빌리티 측은 “최근 편의점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근거리 배달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로봇배달의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뉴빌리티 이성은 대외협력팀장은 “‘뉴비’는 ‘철가방’ 이미지를 벗어나 친근하게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철가방’ 이미지 벗고 친근함으로 승부

11월이면 ‘뉴비’ 같은 배달로봇이 거리를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지난 4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과 로봇의 보도 이동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덕이다. 이전까지 자율주행로봇은 자동차에 해당돼 인도나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관련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실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개정안 통과로 그간 제조업에 국한돼 활용됐던 로봇이 서비스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본격적인 자율주행로봇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건국대 캠퍼스 내에는 ‘뉴비’ 두 대가 운행 중이다. 공학관 앞에 상시 대기하고 있다가 주문이 오면 가게에 들러 음식을 픽업한 뒤 주문자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뉴비’의 외관은 바퀴 달린 아이스박스 모양이다. 폭 60㎝, 길이 70㎝의 적재함은 1리터 생수 6개들이 한 묶음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자장면은 네 그릇이 들어간다. ‘뉴비’는 고가의 라이다(LiDAR) 센서가 아닌 카메라를 이용한 자율주행기술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전방의 카메라 두 대가 눈 역할을 한다. 동물의 눈처럼 귀여운 모습이다. 뉴빌리티 이성은 대외협력팀장은 “배달로봇은 도심에서 시민들과 계속 마주쳐야 하는 만큼 친근함이 중요하다. 배달 하면 떠오르는 ‘철가방’ 이미지를 벗어나 거부감이 없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뉴비’에는 피처맵(feature map)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치 인식 기능, 정적·동적 장애물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능력, 최적경로가 가로막혔을 때 국지경로를 탐색하는 경로 설계 기능, 최대 20도의 경사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집약됐다.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날 직접 ‘뉴비’를 이용해봤다. 

울퉁불퉁 인도도 가뿐히 통과… 16분 만에 커피 배달 

주문 주문을 위해 먼저 ‘뉴비’ 주문전용 플랫폼 ‘뉴비오더’에 접속했다. 첫 화면에 로봇배달이 가능한 10여 곳의 음식점 목록이 나타났다. 이 중 한 편의점에서 커피 세 병을 입력하고 건대 청심대를 약속장소로 설정했다. 현재 ‘뉴비’는 약속장소로만 호출할 수 있다. 건국대 캠퍼스 안에는 약 30곳의 약속장소가 지정돼 있다. 다음으로 결제 단계. 주문금액은 1만 원이 안 됐지만 배달이 가능했다. 모든 가게의 최소주문 금액이 ‘0’원이었다. ‘뉴비’에 ‘커피 한 잔도 배달해요’라고 쓰인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배달료는 1000원, 게다가 첫 주문은 무료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신용카드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간편하게 결제를 마쳤다.

주문 접수 주문을 마치자 3분 간격으로 ‘결제 완료’와 ‘주문 접수’를 알리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떴다. ‘뉴비오더’는 카카오톡과 연동돼 있어 배달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배달이 완료되기까지 총 5개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배달 시작 ‘주문 접수’ 메시지를 받은 지 10분 뒤 ‘배달 시작’ 메시지가 울렸다. 정류장에 서 있던 ‘뉴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달로봇이 다니는 길은 사전에 최적경로를 매핑(지도화)해둔다. 쉬운 예로 로봇청소기를 가정에서 사용할 때 사용자가 청소 구역을 직접 설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홀로 거리를 나선 ‘뉴비’는 울퉁불퉁한 인도도 안정적으로 달렸다. 속도는 대략 3㎞/h. 사람 걸음걸이와 비슷하다. 로봇이 장애물과 부딪혀 넘어지거나 길을 잃어 방향을 못 잡는 경우 관제실로 연결되고 즉시 현장요원이 투입된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뉴비’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교차로에서 차가 달려왔다. 순간 차와 ‘뉴비’가 동시에 멈춰섰다. 동행한 현장요원은 “사람이 많은 곳이나 달려오는 차를 봤을 때는 스스로 속도를 낮춘다. 횡단보도에선 무조건 일단 멈춘다”고 했다. 충돌은 없었다. 

편의점 도착 10분 만에 공학관에서 696m 떨어진 편의점에 도착했다. 내비게이션상 사람 걸음걸이로는 12분이 걸리는 거리다. 편의점 직원이 나와 커피 세 병을 ‘뉴비’ 안에 담았다. 배달로봇이 상점에 도착하면 도착 메시지와 함께 ‘적재함 열기’ 인증버튼이 가게로 전송된다. 버튼을 누르면 뚜껑이 열린다.

약속장소 도착 편의점을 나선 ‘뉴비’는 6분 만에 370m 거리의 청심대에 도착했다. 대기장소에서 편의점을 거쳐 약속장소까지 1㎞가 조금 넘는 거리를 오가는 데 총 16분이 걸렸다. 주문한 지 19분 만이다. ‘뉴비’가 도착하자 이번엔 취재진 카카오톡으로 ‘적재함 열기’ 버튼이 전송됐다. 적재함 속 보냉백 안에 커피 세 병이 안전하게 들어 있었다. 커피를 꺼낸 뒤 적재함을 닫았다. ‘뉴비’는 원래 있던 대기장소로 향했다.

라스트마일’ 물류비용 확 줄어들까 

직접 이용해본 배달로봇은 배달거리가 짧거나 주문금액이 적어 배달원을 부르기 어려운 경우 활용하면 편리할 듯했다. 기술적으로는 아무리 먼 거리라도 운행하는 게 가능하지만 반경 1.5㎞ 이내를 최적 서비스 범위로 본다. 특히 ‘뉴비’는 이전까지 배달이 불가능했던 주스나 커피 등 소규모 배달로 서비스 범위를 특화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캠퍼스 인근에서 만난 한 협력업체 점주는 “수요가 있어도 주스 한 잔, 커피 한 캔을 배달하기 위해 배달원을 고용하는 건 타산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배달원은 물건을 가지러 오는 데만 20분가량 걸린다. 배달로봇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물류에서는 라스트마일(소비자에게 가는 최종 단계)이 전체 물류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배달로봇이 비용절감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달로봇의 상용화 후 배달료가 가격저항선인 1500~2000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대면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향후 소비자들이 배달로봇을 선호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성은 팀장은 “갈수록 소비자들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데다 범죄 우려가 큰 여성 소비자들이 더 많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코로나19 유행 때처럼 격리환자나 약국에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를 위해 약품배달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비싼 보험료’ 과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배달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2억 1000만 달러(약 2700억 원)에서 2026년 9억 6000만 달러(약 1조 2500억 원)로 네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배달로봇뿐 아니라 서비스로봇을 중심으로 한 연관 산업의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로봇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통신,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센서, 제어 등 각종 첨단기술의 융·복합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로봇이 상용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동 중 수집하는 데이터의 개인정보침해 가능성, 비싼 개발비, 배달 기사의 일자리 침범 등은 향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업계의 가장 큰 현안은 ‘운행안전인증’과 ‘실외이동로봇 책임보험’이다. 지능형로봇법 개정안은 실외이동로봇의 최대 무게와 속도 등 16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운행안전인증 심사기준을 두고 있다. 이 기준을 통과해야만 실제 로봇 운행이 가능하다. 실외이동로봇은 보험·공제에도 의무 가입해야 한다.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물적·인적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다.

이 팀장은 두 가지 모두 법률 주체와 업계가 지속해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당장 운행안전인증 심사기준이 마련됐지만 업체마다 다른 규격으로 배달로봇을 제작해온 데다 심사기준이 현실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는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정부와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보험 역시 사람과 로봇 사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로봇의 책임을 지나치게 크게 본 측면이 있다. 배달로봇으로 인한 실제 사고 위험률을 산정할 수 없는 탓이다. 이륜차보다 사고 가능성이 훨씬 낮은 데 비해 보험료도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이 역시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보험료를 재조정해나가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네다섯 개 업체에서 당장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배달로봇 시장이 문을 열 수 있는 기본적인 제반 근거는 마련됐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11월 17일부터 시행되는 ‘지능형로봇법’ 개정안

‘자동차’로 규정된 ‘배달로봇’, 인도 통행 가능해진다

2023년 상반기 정부가 개정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이 11월 17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배달로봇 등이 거리를 다닐 수 있게 된다. 현행 법령상 자율주행로봇은 ‘차마(車馬)’로 규정돼 인도나 횡단보도 통행이 불가능했다. 

개정안에는 자율주행로봇을 ‘차마’에서 제외해 보도통행이 가능하도록 용어 정의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안전성을 갖춘 로봇만 실외 이동이 가능하도록 운행안전인증 체계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로봇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인적·물적 배상을 위한 사업자 보험 가입 의무화 조항을 뒀다. 국회는 이 같은 내용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시법이었던 지능형로봇법을 영구법으로 전환했다. 

개정안은 실외이동로봇을 최대 질량 500㎏·최대 속도 15㎞/h 이하로 규정했다.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신호일 경우라도 일단 정지한 뒤 다음 보행 신호에 건널 수 있도록 제한했으며 로봇은 운행에 필요한 알림음을 내도록 했다. 이밖에 경사로 주행, 비상정지 기능, 장애물 회피 주행 능력 등의 운행 인증 기준을 뒀다.

실외이동로봇 책임보험 가입 금액 기준은 사망 혹은 후유장애 발생 시 1인당 1억 5000만 원, 부상 시 3000만 원, 재물 멸실 혹은 훼손 시 사고 당 10억 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로봇만을 보장하는 전용 상품이 없는 점을 고려해 지난 6월 ‘민관합동 로봇보험 개발협의체’를 발족하고 실외이동로봇 사고배상 책임보험의 보험·공제상품과 표준약관을 개발하고 있다.

‘뉴비’의 배달 과정

➊ 배달로봇 ‘뉴비’가 건국대 캠퍼스 안에 대기하고 있다.
➋ 주문 플랫폼 ‘뉴비오더’를 이용해 캠퍼스 내 약 30곳의 ‘약속장소’로 배달을 요청할 수 있다.
➌ 건널목에서 달리는 차량과 마주친 ‘뉴비’는 잠시 멈춰 선 뒤 출발했다.
➍ ‘뉴비’가 편의점에 도착하자 직원이 커피를 싣고 있다.
➎ 배달이 완료되면 휴대전화로 전송된 버튼을 눌러 물건을 수령하면 된다.

*기사 원문: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8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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