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앞. 점원이 배달 앱으로 주문받은 치킨과 과자·음료 1만원어치를 들고나왔다. 점원은 편의점 앞에 있던 배달 로봇 ‘뉴비’ 윗공간에 주문받은 상품을 실은 뒤 문을 닫았다. 그러자 배달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달 로봇은 사람이 조금 빨리 걷는 것과 비슷한 초속 2m 정도로 달렸다. 거리 중간중간에서 마주친 사람과, 골목 한구석에서 튀어나오는 자동차도 피했다. 로봇의 자율 주행 과정에서 가장 힘든 장애물 중 하나인 도로 턱(연석·緣石)이 나오자 한쪽 바퀴를 비스듬히 올리면서 무사히 통과했다. 10분 동안 약 800m를 달린 로봇은 한 빌라 앞 주차장에 멈춰 섰고, 주문자가 QR 코드를 찍고 비밀번호를 입력한 다음 배달된 물건을 챙겼다.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지난달부터 서울 방배1동 반경 1.5km 지역 세븐일레븐 점포 3곳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무인 로봇 배달’ 장면이다. 뉴빌리티 관계자는 “카메라 총 10개를 통해 로봇이 자율 주행하고 연석은 최대 높이 16cm까지 넘을 수 있다”며 “실제 상용화되면 배달료가 1000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로봇이 우리 동네 골목을 누비기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달하는 로봇부터, 오피스 건물 전체를 배달 로봇 수십 대가 누비면서 커피·간식·도시락을 배달하기도 한다. 내년엔 강남 테헤란로 로봇 배달 서비스가 시범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그동안 식당·호텔 등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정해진 루트를 움직였다면, 사람·자동차가 번잡하게 다니는 건물과 도로에서 로봇이 스스로 찾아가 임무를 완수할 정도로 기술이 고도화된 것이다. 배달 로봇이 상용화되면 라스트마일(배송의 최종 단계) 물류에 큰 혁신이 일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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